내 나이 일흔, ‘스밍’을 하노라

Jardín Kim

Lead Korean Writer

집 근처 공연장 앞을 지나던 길이었다. 사진이 들어간 티셔츠와 부채, 머리띠 같은 굿즈를 파는 부스 앞을 지나는데… 뭔가 이상한데…. 아, 굿즈를 사러 모여든 손님 대부분이 예순은 너끈히 넘어 보이는 어르신들이었다. 열기가 끓어오른다기보다는 신바람이 넘쳐서 어깨춤이 절로 나올 듯한 분위기랄까. 그곳은 <미스터 트롯> TOP7 콘서트장이었다.


트로트는 ‘성인가요’나 ‘뽕짝’이라고도 불리는 한국 대중음악 장르다. ‘성인가요’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예나 지금이나 어르신들이 즐기는 장르지만, 어린아이들도 트로트 한두 곡쯤은 구성지게 불러 젖히곤 한다. 명절이나 환갑잔치에서 트로트를 부르면 용돈 액수가 달라지니까. 트로트에는 크게 구슬픈 계열과 흥겨운 계열이 있는데, 흥겨운 계열의 경우, 젊은이들도 흥을 돋우며 대동단결하는 용도로 자주 부른다. <남행열차> <무조건> 같은 노래를 다 함께 목청껏 부르노라면 오늘 만난 신입생이 죽마고우가 되고 쓰디쓴 소주가 사이다보다 달콤해지는 거지.

어쨌든 대체로 공원에서 술판을 벌이는 불량한 어르신들 곁을 지날 때나 듣던 트로트가 시도 때도 없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난생처음 듣는 가수의 목소리였다. 이건 뭐지, 송가인이 대체 누구지. 그렇다, 송가인. <미스 트롯> 시즌 1의 우승자, 대한민국 트로트의 판도를 바꾼 거물, 멀쩡하게 살아있는데 고향 진도에 송가인 공원까지 생긴 전설. 그리고 <미스터 트롯> 시즌 1에서 임영웅이 우승하면서 세상이 달라졌다. 칙칙했던 노년의 인생에 무지개가 강림했다. ‘우리 영웅이’를 위해 어르신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젊은이들보다도 가열차게.

이제 어르신들은 ‘스밍’을 한다. (스밍은 좋아하는 가수의 신곡이 나오면 음원 사이트 순위를 높이기 위해 그 곡을 최대한 많이 스트리밍으로 듣는 행위를 뜻한다.) 커뮤니티와 SNS 활동도 한다. 어르신들은 키오스크 주문도 힘들다던데 도대체 어떻게? 모여서 스터디를 한다고 한다. 영어 공부나 독서 토론도 좋지만 영웅이를 위한 스터디가 그보다 못할 것이 무어란 말이냐. 임영웅 생일이나 데뷔일을 기념해 정기적으로 기부를 하는 팬들까지 있으니, 그는 진정 세상을 바꾸는 히어로.

평생 취미라곤 없던 엄마가 트로트 열풍에 편승해 나훈아 덕질을 시작했다. 나훈아가 1966년에 데뷔했으니 반세기를 허송세월하다 비로소 팬이 된 거다. 하지만 이럴 때 쓰라고 나온 노래가 있다. <내 나이가 어때서>. 덕질하기 딱 좋은 나인데.

English Translation: cultureflipper.com/blog/trot-is-hot-en
Japanese Translation: cultureflipper.com/blog/trot-is-hot-ja
03.13.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