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이면 수프를 끓이지

Jardín Kim

Lead Korean Writer

냄비에 버터를 두르고 고기와 양파를 볶다가 물을 넉넉히 붓는다. 여기에 치킨 스톡 한 알, 토마토퓌레와 토마토, 당근, 양배추, 셀러리 등을 넣고 끓인다. 냉장고에 있는 야채는 무엇이든 넣어도 상관없다. 야채가 익으면 카레 가루로 간을 맞춘다. 보기에 심히 좋지 않고 그다지 맛도 없는 이 음식은 무엇인가. 요즘 내가 사는 도시 맘카페 회원들이 너도나도 끓여대고 있는 ‘마녀 수프’다. 풀어서 말하자면, 다이어트 야채수프다.

마녀 수프에 제철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1월이 되자마자 하루에도 몇 번씩 마녀 수프를 끓였다는 게시물이 올라오는 걸까. 새해이기 때문이다. 1월, 온갖 부질없는 계획을 세우는 시절, 2월이 되면 한갓 몽상으로 밝혀질 그 목록에 빠지지 않는 것은 다이어트. 1월이 되면 피트니스 클럽은 할인 프로그램을 내놓고, 한의원은 다이어트 한약을 할인 판매하고, 닭가슴살 같은 다이어트 식품 판매 업체는 할인 패키지를 홍보한다. (그래서 나도 샀다, 냉동 닭가슴살 두 박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고, 뭐든 열심히 하기로 유명한 나라 한국에선 다이어트도 이렇게 열심히 한다. 2021년 기준 OECD 국가 중에서 한국 15세 이상 인구의 과체중 및 비만 비율은 뒤에서 두 번째다. 영광의 꼴찌는 일본이 차지했다.

사실 1월만 다이어트의 계절인 것은 아니다. 경주는 지난 연말 이미 시작됐다. 온갖 연말 모임에서 오래간만에 사람들 만날 걱정에 휩싸인 여성들은 인터넷에 비슷비슷한 질문을 올렸다. 2주 안에 5㎏을 빼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뭐 그런 질문들.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실행만 하면 된다. 무조건 굶기, 다이어트 보조제를 먹으면 더욱 좋고. 그렇다면 어째서 모임을 앞두고 반드시 살을 빼야 하는 걸까. 다른 나라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선 대놓고 외모를 평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내가 친구와 친지들에게 들은 말을 예로 들자면, 흰머리가 너무 많구나, 점을 빼야겠어, 체중은 괜찮은데 몸에 탄력이 부족해, 머릿결이 푸석한데? 디테일하기도 하지. 나도 몰랐던 걸 알려주다니.

마태복음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집안 식구가 바로 원수가 된다. 연말이 되어 부모님을 만나기 전에 그 말을 가슴에 새기며 원수를 만들지 않고자 관리에 들어갔다. 모발 관리 시술을 받고 날마다 마스크팩을 붙이고… 끓였다, 마녀 수프. 그 결과는? 집안 식구가 바로 원수가 됐다. 새해에는 남의 말에 휘둘리지 좀 말아야겠다.

English Translation: cultureflipper.com/blog/bewitching-soup-for-january-en
01.10.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