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게 좋아, 큰 게 좋아?

Jardín Kim

Lead Korean Writer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반려견 1위는 몰티즈다. 2위는 푸들이고 3위는 포메라니안이다. 이 셋의 공통점은? 귀엽다! 아니, 귀엽기는 하지만, 그보단 이거겠지. 작다.

몇 년 전에 갔던 스페인에는 개가 많았다. 개똥도 많았다. 며칠이 지나도록 방치된 개똥을 헨젤과 그레텔의 빵 부스러기 삼아 집으로 가는 길을 찾을 정도였다. 거기서 만난 독일인은 시원하게 볼일 보고 쿨하게 떠나는 개들을 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역시 개똥이 싫은 건가. 아니었다. “스페인 개들은 너무 작아.” 나는 스페인 사람들이 코커스패니얼이나 비글만 끌고 다니는 걸 보고 놀라던 참이었는데? 얘들이 너무 작다고? 당시 한국에서 많이 키우던 개는 요크셔테리어, 안고 다니기 딱 좋은 개. 독일에선 다들 셰퍼드만 키우나.

보고서의 7위와 8위는 골든레트리버와 진돗개였다. 한국인이라고 작은 개만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한국의 꼬마들도 <피터 팬>의 유모견 나나를 보면서 세인트버나드를 타고 다니는 꿈을 꾸곤 하니까. 다만 키울 공간이 없는 게 문제라고 할까. 아파트 거주율이 60%를 넘는 나라에서는 중형견도 버겁기만 하다. 오죽하면 유독 활발한 비글과 코커스패니얼, 슈나우저를 3대 지랄견이라고 할까. 알고 보면 그냥 착하고 붙임성 좋은 애들인데.

그래서 대형견을 키운다는 건 막강한 경제력의 증거이기도 하다. 함께 동네 공원을 산책하던 친구가 동경하는 눈길로 누군가를 보며 말했다. “저 사람, 부자야.” 그 눈길이 닿은 곳엔 아프간하운드 두 마리를 앞세운 남자 하나. 저렇게 크고 비싼 개가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나 들어가는 집에 살고 있나 봐!

예전에 살던 동네에는 저녁 무렵 산책하던 개 주인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일명 ‘개 공원’이 있었다. 몰티즈와 포메라니안이 노닐던 그 동네에 어느 날 셰퍼드가 나타났다. 인간들은 홀린 듯이 셰퍼드에게 다가가 원을 그리고 섰다. 무심하게 으스대는 셰퍼드 한 마리와 인간 한 명. 소형견들의 세상에 출몰한 대형견의 존재감. 그날 그들은 추앙받는 존재였다. 주인 손에서 묵직하게 흔들리던 개똥 봉지마저 왠지 모를 존경의 대상이었다.

English Translation: cultureflipper.com/blog/do-you-prefer-them-big-or-small-en
Japanese Translation: cultureflipper.com/blog/do-you-prefer-them-big-or-small-ja
12.13.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