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게 좋아, 큰 게 좋아?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반려견 1위는 몰티즈다. 2위는 푸들이고 3위는 포메라니안이다. 이 셋의 공통점은? 귀엽다! 아니, 귀엽기는 하지만, 그보단 이거겠지. 작다.

보고서의 7위와 8위는 골든레트리버와 진돗개였다. 한국인이라고 작은 개만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한국의 꼬마들도 <피터 팬>의 유모견 나나를 보면서 세인트버나드를 타고 다니는 꿈을 꾸곤 하니까. 다만 키울 공간이 없는 게 문제라고 할까. 아파트 거주율이 60%를 넘는 나라에서는 중형견도 버겁기만 하다. 오죽하면 유독 활발한 비글과 코커스패니얼, 슈나우저를 3대 지랄견이라고 할까. 알고 보면 그냥 착하고 붙임성 좋은 애들인데.
그래서 대형견을 키운다는 건 막강한 경제력의 증거이기도 하다. 함께 동네 공원을 산책하던 친구가 동경하는 눈길로 누군가를 보며 말했다. “저 사람, 부자야.” 그 눈길이 닿은 곳엔 아프간하운드 두 마리를 앞세운 남자 하나. 저렇게 크고 비싼 개가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나 들어가는 집에 살고 있나 봐!
예전에 살던 동네에는 저녁 무렵 산책하던 개 주인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일명 ‘개 공원’이 있었다. 몰티즈와 포메라니안이 노닐던 그 동네에 어느 날 셰퍼드가 나타났다. 인간들은 홀린 듯이 셰퍼드에게 다가가 원을 그리고 섰다. 무심하게 으스대는 셰퍼드 한 마리와 인간 한 명. 소형견들의 세상에 출몰한 대형견의 존재감. 그날 그들은 추앙받는 존재였다. 주인 손에서 묵직하게 흔들리던 개똥 봉지마저 왠지 모를 존경의 대상이었다.
English Translation: cultureflipper.com/blog/do-you-prefer-them-big-or-small-en
Japanese Translation: cultureflipper.com/blog/do-you-prefer-them-big-or-small-ja
12.13.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