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카렛: 인도네시아의 '고무 시간'

Audrey Hadi

Project and Community Manager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나간 1년을 돌아보고 다가올 1년을 계획하기에 좋은 시기입니다. 하지만 이런 성찰과 계획에 필수적인 시간이라는 개념은 문화에 따라 다르지요. 몇 주 전, 저와 친구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시간을 인식하는 방식에 관해 긴 대화를 나눴습니다. 대화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 카렛’이라는 개념이 나왔답니다.

‘잠 카렛’은 ‘고무 시간’이라고 직역되는 인도네시아 단어입니다. 고무처럼 유연하고 탄력적인 인도네시아인의 시간 개념을 보여주지요. 5시에 누군가와 만날 약속을 잡았다고 칩시다. 몇몇 문화권에서는 당연히 시간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4시 50분쯤 약속 장소에 도착해 5시 정각에 상대를 만날 겁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선 다릅니다. 5시에서 5시 30분 사이에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비즈니스 미팅이나 콘퍼런스, 학술회의 등을 비롯한 전문적인 행사에선 문화적인 맥락과 기대치가 매우 다르므로, 이런 변수에 좀 더 엄격한 분위기이긴 합니다.

‘잠 카렛’은 유연성뿐만 아니라 불확실성도 담고 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교통 체증을 만나면 약속 시간은 몇 분에서 몇 시간까지 달라지게 되니까요. 홍수처럼 예상 밖의 중대한 사건이 일어나면 계획은 며칠 단위로 매우 유연하게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인들이 ‘끄마린(어제)’이라는 단어를 쓰면 전날의 일을 말하는 걸 수도, 과거 불특정 시점을 말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베속(내일)’이라는 단어는 다음 날이 될 수도 있지만, 다음 주나 다음 달처럼 미래의 어느 시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인도네시아에서 정확한 시간과 날짜를 알고 싶다면 상대에게 직접 확인하는 편이 최선이랍니다. 혹시 그럴 수 없다면, 그저 시간의 흐름을 따를 수밖에요.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상황에 맞춰 흐르는 유동성을 가지고 시간을 인식합니다. 지난해를 돌아보고 새해 계획을 세우기 전에 한번 생각해 보세요. 당신은 어떤 식으로 시간을 인식하나요? 어제와 오늘, 내일에 관한 개념은 얼마나 구체적인가요? 아니면 고무처럼 유연하고 탄력적일까요?

Translator: Culture Flipper Korean Team
Original Content in English: cultureflipper.com/blog/jam-karet-an-indonesian-concept-of-time-en
Japanese Translation: cultureflipper.com/blog/jam-karet-an-indonesian-concept-of-time-ja
01.01.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