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배추를 사는 계절

Jardín Kim

Lead Korean Writer

물가를 가늠하는 지표는 매우 다양하다. 한국에선 주로 라면과 짜장면 가격 등이 쓰이곤 한다. 그런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어느 채소의 가격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다. 바로 배춧값이다.

11월이 되면 많은 한국 가정은 김장 준비에 돌입한다. 1년 먹을 김치를 미리 담그기 위해 배추와 무, 쪽파, 고춧가루, 새우젓 등을 대량으로 사들인다. 한국에는 수백 가지에 달하는 김치가 있다고 하는데, 그중 으뜸은 배추김치고 다음은 무김치다. 기본으로 배추김치를 담근 다음에야 다른 김치를 담그니, 배춧값에 가정경제가 뒤흔들릴 수밖에. 적게는 열 포기 내외부터 많으면 수백 포기까지 담그는 것이 배추김치다.

이제는 사시사철 채소가 나오고 저장하기도 쉬워졌는데 어째서 굳이 1년치 김치를 미리 장만하는 걸까. 배추와 무는 가을에 가장 싸고 맛있기 때문이다. 반년 이상 묵어 신맛이 강해진 김치는 찌개와 볶음 등에 어울리는 맛을 내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맛이 충분하지 않으면 식초를 넣어 요리하기도 하지만, 자연스럽게 숙성된 묵은지의 맛을 따라잡기는 힘들다.

한때 김장은 조그만 잔치와 비슷했다. 가족과 친척, 이웃들이 모여 김치를 담그고 나면 돼지고기를 삶았다. 삶은 고기에 절인 배추와 김치 속을 곁들여 다 함께 막걸리를 마시곤 했다. 지역에 따라 김치에 생굴, 작은 갈치나 조기 같은 날생선을 넣기도 한다. 그럼 김장을 마치고 남은 굴을 그 자리에서 고기와 함께 배추에 싸서 먹지만, 생선은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 뼈가 삭고 감칠맛이 넘칠 무렵이 되면 날생선은 젓갈 부럽지 않은 밥도둑이 된다.

그런데 11월이 되면 긴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며느리들이다. 잔치일 수도 있는 김장이 며느리들에겐 어째서 피하고만 싶은 공포의 대상일까. 시어머니들이 며느리에게만 일을 시키기 때문이다. 배추를 쪼개 소금에 절였다 씻고, 그사이 무를 채 썰고 양념을 버무려 김치 속을 만들고, 배춧잎 사이사이 김치 속을 넣어 야무지게 감싸는 그 모든 고된 노동을 말이다. 김치는 사서 먹겠다고 해도 소용없다. 내 며느리는 김치 담그는 존재, 내 아들은 수육 먹는 존재, 내 딸도 수육 먹는 존재. 그러니 명절과 김장철이 되면 이런 물건까지 등장한다. 팔을 다친 척하고 싶은 며느리들을 위한 가짜 깁스. 그렇다면 명절에도 며느리들만 일을 하는가. 그 자세한 이야기는 다가오는 설을 위해 아껴두겠다.

English Translation: cultureflipper.com/blog/november-the-month-to-buy-napa-cabbage-en
Japanese Translation: cultureflipper.com/blog/november-the-month-to-buy-napa-cabbage-ja
11.21.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