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풍부한 색채

Jardín Kim

Lead Korean Writer

10월 31일 새벽 2시, 드디어 취소 표 2장 발견! 결제까지 성공! 당일 오후 3시 45분 표이지만 상관없습니다. 며칠간 수십 번을 홈페이지에 들락거리면서도 얻지 못한 귀한 표입니다.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매진을 기록한 표입니다. 황급히 인터넷을 검색해 현지 날씨를 확인하고 주변 맛집을 찾습니다. 사진에 예쁘게 나오려면 마스크팩이라도 한 장 붙이고 자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케이팝 콘서트에 가는 거냐고요? 아니요, 저는 단풍을 보러 갑니다.

사진: 김현정 /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 백양사”

단풍으로 유명한 화담숲은 하루 입장객 수를 1만 명으로 제한합니다. 하지만 여기만 단풍이 유명한 건 아닙니다. 휴일이었던 29일, 2만 명 넘는 관광객이 속리산을 찾았고, 설악산과 계룡산 방문객은 1만 명이 넘었습니다. 한국에는 수많은 산이 있으니, 그날 하루만 대체 몇만 명이 단풍을 보러 움직인 걸까요? 사실 단풍만이 아닙니다. 코스모스와 국화도 봐야 하고 억새도 봐야 합니다. 댑싸리와 핑크뮬리도 봐야 합니다. 은행나무도 챙겨야 합니다. 제가 다니는 수영장 코치는 10월에 접어들면 수영장에 사람이 없다고 한탄했습니다.

한국인은 산을 좋아하고 계절 따라 바뀌는 풍경을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 벚꽃 철이 되면 저는 다시 화담숲 티켓을 노리며 졸린 눈을 비비고 있을 겁니다. 한국인은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합니다. 요즘은 셀피에 단풍잎 사진을 합성하는 게 유행이라고 하더군요. 한국인은 또한 경치 좋은 야외에서 먹고 마시는 걸 좋아합니다. 단풍놀이는 대낮부터 지역 막걸리를 마시기에 더할 나위 없는 핑계입니다. 그렇다면 안주는요? 단풍은 산에 있습니다. 산채정식과 산채비빔밥을 먹어야지요. 사이드는 산나물전으로. 도토리묵과 백숙도 매우 훌륭한 조합입니다. 산에 가서 왜 닭을 먹느냐고요? 한국인은 그렇습니다. 이유는 묻지 마세요, 전통이고 풍습이며 본능입니다. 산에 가면 그냥 백숙이 먹고 싶어진다고요.

그런 한국인들은 요즘은 날마다 초조합니다. 이상기후 때문입니다. 단풍은 일 최저 기온이 섭씨 5도 이하로 떨어져야 물들기 시작합니다. 일교차가 커야 하고요. 그런데 11월 초까지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단풍이 들고 있지 않습니다. BTS 콘서트 티켓을 사냥하는 마음으로 인터넷 창을 새로고침하던 끝에 얻은 화담숲 티켓. 그날 저는 매우 푸르른 단풍잎을 보고 왔습니다. 아주 싱싱하니 보기 좋더라고요. 빨간색이면 더욱 좋았겠지만. 그래서 다시 도전합니다. 다음 주엔 남부 지방에서 단풍으로 명성을 떨치는 내장산에 가려고 합니다. 그때는 부디 11월다운 날씨와 단풍을 만나기를 소망합니다.

English Translation: cultureflipper.com/blog/spicy-colors-of-autumn-in-korea-en
Japanese Translation: cultureflipper.com/blog/spicy-colors-of-autumn-in-korea-ja

사진 1: Korea.net "다양한 막걸리" (flickr.com/photos/koreanet/7934121404)
사진 2: 정준호 "산채정식" (en.m.wikipedia.org/wiki/File:Korea-Sokcho-Sanchae_jeongsik-Namul-01.jpg)
사진 3: 가라곤, "도토리묵" (flickr.com/photos/karagon3783/2482562807)
사진 4: 김현춘, "백숙" (pixabay.com/photos/white-mature-korean-food-health-food-2395807)
11.08.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