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카페에서 길을 잃다

Jardín Kim

Lead Korean Writer

음료를 주문하고 진동벨을 받아 엘리베이터에 탄다. 4층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가면 루프탑. 어디에 앉을까 드넓은 실내를 둘러보며 한 층 한 층 걸어 내려오는데 벌써 벨이 울린다. 이런. 서둘러 2층에 자리를 잡으려니 중년 남성인 일행이 거부한다. 대형 곰돌이 인형 포토존까지 있는 귀여운 공간은 싫다는 거다. 루프탑은 햇살이 강렬하고 4층은 좌식이어서 아이들이 많고. 그렇다면 논밭 뷰가 한눈에 들어오는 무난한 3층으로 가자. 먼저 앉아있을 테니 못 찾겠으면 전화해. 오다가 길 잃어버리지 말고. 여기가 어디일까. 흔하디흔한 한국의 ‘대형 카페’다.

2018년 파주에 공장을 개조한 카페가 문을 열면서 대형 카페가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서울 근교인 김포와 파주 등이 먼저였고 차츰 지방에서도 경치 좋은 외곽을 중심으로 대형 카페들이 속속 문을 열었다. 컨셉은 다양했다. 식물 카페(식물이 많다), 유럽풍 카페(유럽풍이다), 노을 맛집 카페(노을이 좋다), 호수 뷰 카페(호수가 보인다), 핑크뮬리 카페(정원에 핑크뮬리가 있다), 계곡 카페(계곡 앞에 있다)…. 대부분 천정이 높고 주차가 편하고… 비싸다. 음료도 비싸고 빵과 케이크도 비싸다. 그리고 리뷰에 이런 문장이 흔히 등장한다. “커피 맛은 보통이지만 맛이 중요한가요?” 그럼 뭐가 중요하다는 거지.

앞에서 나열한 대형 카페의 특징을 다시 보자. 뷰와 인테리어와 정원을 강조하고 있지 않은가. 한국의 대형 카페는 마시러 가는 곳이 아니라 찍고 보러 가는 곳이다. 예쁜 음료와 베이커리를 눈으로 즐기고,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포즈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러 가는 곳이다. 커피가 맛있으면 좋겠지만 “맛이 중요한가요?” 사진 맛집이면 충분한 것을.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땅값이 싸서 대형 카페가 많은 동네에 살고 있는 나는 SNS를 하지 않는데도 열심히 카페를 찾아간다. 논밭이나 저수지를 보면서 유행하는 흑임자 라테 따위를 마시고 있노라면 이게 사는 맛이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조금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즐기는 무위도식이랄까.
한국엔, 특히 서울엔 커피 맛 좋은 카페가 많다. 하지만 여유가 된다면 도심을 벗어나 대형 카페에 가보는 것도 추천한다. 길을 잃을 정도로 넓은 카페에서 먹기가 아까울 정도로 예쁜 음료를 마시며 한국 스타일의 힐링을 느껴보는 거다. 아, 한쪽에 유난히 정성 들여 꾸민 공간이 있다면 절대 앉아선 안 된다. 주말엔 줄을 서서 기다리는 포토존이다.

English Translation: cultureflipper.com/blog/supersize-my-cafe-en
02.28.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