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카페에서 길을 잃다
음료를 주문하고 진동벨을 받아 엘리베이터에 탄다. 4층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가면 루프탑. 어디에 앉을까 드넓은 실내를 둘러보며 한 층 한 층 걸어 내려오는데 벌써 벨이 울린다. 이런. 서둘러 2층에 자리를 잡으려니 중년 남성인 일행이 거부한다. 대형 곰돌이 인형 포토존까지 있는 귀여운 공간은 싫다는 거다. 루프탑은 햇살이 강렬하고 4층은 좌식이어서 아이들이 많고. 그렇다면 논밭 뷰가 한눈에 들어오는 무난한 3층으로 가자. 먼저 앉아있을 테니 못 찾겠으면 전화해. 오다가 길 잃어버리지 말고. 여기가 어디일까. 흔하디흔한 한국의 ‘대형 카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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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나열한 대형 카페의 특징을 다시 보자. 뷰와 인테리어와 정원을 강조하고 있지 않은가. 한국의 대형 카페는 마시러 가는 곳이 아니라 찍고 보러 가는 곳이다. 예쁜 음료와 베이커리를 눈으로 즐기고,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포즈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러 가는 곳이다. 커피가 맛있으면 좋겠지만 “맛이 중요한가요?” 사진 맛집이면 충분한 것을.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땅값이 싸서 대형 카페가 많은 동네에 살고 있는 나는 SNS를 하지 않는데도 열심히 카페를 찾아간다. 논밭이나 저수지를 보면서 유행하는 흑임자 라테 따위를 마시고 있노라면 이게 사는 맛이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조금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즐기는 무위도식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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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Translation: cultureflipper.com/blog/supersize-my-cafe-en
02.28.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