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여행자들이여, 찜질방으로 오라
20년쯤 전에 난생처음 찜질방에 갔다. 9박 10일에 걸친 장기 출장으로 아홉 번의 야근과 아홉 번의 회식에 시달린 다음이었다. 피로도 풀고 알코올도 씻어내고 싶었다. 현지 스태프 말로는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찜질방이 있다던데, 정말 그렇게 전망이 좋다면 카페나 호텔을 지었겠지, 반신반의하며 들어선 찜질방은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아무리 바닷가 도시라고 찜질방에 오션뷰 테라스라니.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게 하나 있었다. 여기, 생맥주를 팔고 있어! 열 개 넘는 각양각색 방을 들락거리며 찜질을 마친 후배와 나는 보송해진 피부로 테라스에 앉아 수평선 너머 일몰을 감상하며 생맥주를 들이켰다. 찜질방이란 정말 좋은 거구나. 그 후 나는 지방 장기 출장이 있을 때마다 지역 최고의 찜질방을 찾는 찜질방 사냥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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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찜질방엔 다른 용도도 있다.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객들, 막차로 도착하거나 첫차를 타야 해서 호텔에 묵기가 아까운 여행객들이 찜질방을 숙박 시설로 이용하곤 한다. 찜질방에선 과자와 떡볶이 같은 간식부터 미역국이나 김치볶음밥 같은 식사류까지 팔고 있으니, 깨끗하게 씻고 든든하게 먹고, 1인 자리를 준비한 수면실에서 편안하게 잠까지 잘 수 있는 거다. 자다가 목이 마르면 시원한 식혜나 수정과도 마시고, 그러다 출출해지면 훈제 달걀도 먹고. 찜질방이란 정말 좋은 거라니까?
05.10.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