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여행자들이여, 찜질방으로 오라

Jardín Kim

Lead Korean Writer

20년쯤 전에 난생처음 찜질방에 갔다. 9박 10일에 걸친 장기 출장으로 아홉 번의 야근과 아홉 번의 회식에 시달린 다음이었다. 피로도 풀고 알코올도 씻어내고 싶었다. 현지 스태프 말로는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찜질방이 있다던데, 정말 그렇게 전망이 좋다면 카페나 호텔을 지었겠지, 반신반의하며 들어선 찜질방은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아무리 바닷가 도시라고 찜질방에 오션뷰 테라스라니.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게 하나 있었다. 여기, 생맥주를 팔고 있어! 열 개 넘는 각양각색 방을 들락거리며 찜질을 마친 후배와 나는 보송해진 피부로 테라스에 앉아 수평선 너머 일몰을 감상하며 생맥주를 들이켰다. 찜질방이란 정말 좋은 거구나. 그 후 나는 지방 장기 출장이 있을 때마다 지역 최고의 찜질방을 찾는 찜질방 사냥꾼이 되었다.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사우나가 있어 사람들은 온갖 방식으로 땀을 흘린다. 그중에서 한국의 찜질방은 무엇이 다르냐고 묻는다면, ‘방’이라고 답하겠다. 한국의 전통적인 난방 방식은 바닥에 놓인 돌을 데워 온기를 공급하는 온돌인데, 찜질방 대부분은 바닥에 앉거나 누워 몸을 지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한국 찜질방의 기원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나 1994년 부산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가장 널리 알려진 편이다. 방의 재질은 다양하다. 황토방, 자수정방, 옥돌방, 편백나무방, 소금방, 맥반석방…. 그중 독보적으로 뜨거워서 나는 아직 엄두도 내지 못한 방은 숯가마방이다. 한껏 달군 숯을 가마에 집어넣은 방인데 화상을 입을 염려가 있어 양말을 신거나 거적때기 따위를 뒤집어쓰고 들어가야 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 숯에는 다른 쓸모도 있으니, 거기에 삼겹살이나 감자를 구워 먹는 거다. 수분이 빠져나간 자리를 지방으로 보충한다고 할까.

한국의 찜질방엔 다른 용도도 있다.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객들, 막차로 도착하거나 첫차를 타야 해서 호텔에 묵기가 아까운 여행객들이 찜질방을 숙박 시설로 이용하곤 한다. 찜질방에선 과자와 떡볶이 같은 간식부터 미역국이나 김치볶음밥 같은 식사류까지 팔고 있으니, 깨끗하게 씻고 든든하게 먹고, 1인 자리를 준비한 수면실에서 편안하게 잠까지 잘 수 있는 거다. 자다가 목이 마르면 시원한 식혜나 수정과도 마시고, 그러다 출출해지면 훈제 달걀도 먹고. 찜질방이란 정말 좋은 거라니까?
05.10.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