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는 피곤해

Jardín Kim

Lead Korean Writer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케이크를 예약한다. 맛있고 예쁘고 가격도 적당한 케이크가 좋겠지.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결정적인 변수가 하나 있다. 케이크를 사면 딸려 오는 굿즈, 그것이 중요하다.

몇 년 전 스타벅스 레디백이 출시됐을 때였다. 사람들은 레디백을 받으려고 쓰린 속에 커피를 들이부으며 프리퀀시를 모았다. 남들한테 얻기도 했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하지 않았다. 레디백은 선착순 증정! 새벽부터 줄을 서야만 원하지 않는 색상이라도 간신히 구할 수 있는 유니콘. 이토록 희귀한 레디백은 중고 거래 사이트 인기 품목. 그렇게 레디백은 일찌감치 동이 났다는데, 이상하기도 하지. 그걸 들고 다니는 사람은 지금까지 한 명밖에 못 봤다. 하지만 굿즈는 쓰라고 있는 게 아니니까. SNS에서 자랑하라고 있는 거니까.

어쨌든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원하는 굿즈를 손에 넣었다는 이들의 무용담이 인터넷에 난무한다. 램프도 있고 트레이도 있고 담요도 있고 인형도 있고…. 근데 그걸 받아서 어디다 쓰나. 다시 말하는데, 굿즈란 SNS에 자랑하라고 있는 거다. 운이 좋거나 몹시 부지런해서 인기 있는 색상을 획득한다면 ‘좋아요’ 개수는 두 배가 되겠지.

올해도 탐나는 굿즈들이 유혹적인 설명과 함께 출시됐다. 크리스마스의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려면 골든 테이블 램프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 가습기를 쓰면 바쁜 일상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파티에는 3단 트레이가 필요하다고 한다. 연말에는 테디베어가 달린 폭신한 가방 하나쯤 있어야 한다고 한다. 어차피 케이크란 거기서 거기. 생크림 케이크도, 초코 케이크도, 레드벨벳 케이크도, 없는 데가 없다.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다. 하지만 아무나 굿즈를 사냥할 수는 없다.

그런데 ‘돈만 있으면’에도 차이는 있다. ‘돈만 있으면’과 ‘돈만 많이 있으면’의 차이라고 할까. 호텔에서 내놓은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SNS에 올리고 싶다면 4인 가족의 한 끼 저녁 식사 비용을 지불할 각오가 필요하다. 그래도 각오를 한다. 나의 SNS는 소중하니까.

언젠가부터 크리스마스가 너무 바빠졌다. 굿즈를 얻으려고 줄을 서고, 장난감을 사려고 줄을 서고, 크리스마스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선다. 언젠가는 이 모든 경쟁이 사라지고, 크리스마스가 진정 고요한 밤이 되었으면.

English Translation: cultureflipper.com/blog/tis-the-season-to-be-tired-en
Japanese Translation: cultureflipper.com/blog/tis-the-season-to-be-tired-ja
12.20.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