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바닷가에서 맨발로 걷던 이유는

Jardín Kim

Lead Korean Writer


올해 4월, 아직 바람이 차가운 이른 봄이었다. 꽁꽁 싸매고 놀러 간 바닷가에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아니, 어쩌면 로맨틱한 광경이랄까. 최소 50대 후반은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맨발로 갯벌을 걷고 있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저 나이에! 이 계절에! 나는 반성했다. 나는 언제부터 이런 삭막한 삶을 살아왔단 말인가. 저들처럼 맨발로 파도를 느끼고 갯벌을 밟아본 적이 과연 언제이던가. 그리고 몇 달이 지났다. 나는 깨달았다. 내가 갔던 바닷가는 노년층 사이에서 소문난 맨발걷기(earthing)의 명소였다. 그러니까 그들은 낭만을 챙기는 게 아니라 건강을 챙기고 있던 거였다.

지역사회에서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건 올해 여름 무렵이었다. 공원에 황톳길을 조성한다는 플래카드가 붙었다. 산책로에 설치된 나무 데크가 철거되고 야자 매트가 깔리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내가 데크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산책로에 데크가 있다는 건 길이 평지에 가깝다는 뜻이다. 나는 오르막길을 매우 싫어한다. 힘드니까.) 손을 씻으려면 쪼그려 앉아야 하는 나지막한 수돗가가 생겼다. 산책로에 주인 없는 신발들이 나뒹굴었다. 플래카드 가라사대, 이 모든 것은, 주민들의 맨발걷기를 위해. 아,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신발 신고 산책하는 내가 남의 집 안방에 신발 신고 들어간 것처럼 눈총을 받던 것은.

사람들은 어째서 맨발로 걷는가. 맨발걷기 애호가들의 설명은 이렇다. 맨발로 땅을 밟으면 땅의 기운이 곧바로 온몸에 흡수되어 망가진 척추뼈가 곧아지면서 제대로 다시 붙고, 사지육신을 괴롭히던 온갖 통증과 불면증이 치유되고, 치솟았던 혈당과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암세포가 사라진다! 혹시 물 위를 걷게 되는 건 아니고? 어쨌든 맨발로 걷기엔 땅의 기운과 물의 기운이 고루 존재하는 바닷가가 최적이라고 한다. 힘들게 바다까지 왔는데 신발 신고 걷는 건 바보짓이라고 한다. 젊은이들 유행 따라잡기도 버거운데 이제 어르신들 유행도 변화 속도가 만만치 않다.

한때는 108배가 유행이었다. 사찰에서 하는 것처럼 날마다 108배를 하면 망가진 척추뼈가 곧아지면서 … 암세포가 사라진다! 얼마 전에는 노르딕 워킹이 유행이었는지 평지뿐인 공원에서 단체로 노르딕 워킹 강습 받는 광경도 목격했다. 밥 먹을 때 절대 물을 마시지 않는 식이요법이 유행인 적도 있다. 시시때때로 한국을 습격하는 건강관리의 열풍. 그 거세고 뜨거운 바람에 근육이라고는 없는 내 나약한 몸이 휘청인다.

우리 함께 얘기해 볼까요?
당신의 생각을 듣고 싶어요!

English Translation: cultureflipper.com/blog/why-they-walked-barefoot-on-the-beach-en
Japanese Translation: cultureflipper.com/blog/why-they-walked-barefoot-on-the-beach-ja
11.15.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