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빵이지!

Jardín Kim

Lead Korean Writer

여행을 가기 전에 식당과 카페를 검색한다. 그다음 관광지와 연결해 동선을 짠다. 그런데 요즘은 동선이 조금 복잡해졌다. 빵집을 추가하는 탓이다. 나는 빵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그냥 그렇게 된다. 남들 하는 건 나도 다 하고 싶다.

튀김소보로 사진 출처: Ptko,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Soboro-ppang.jpg
몇 년 전 전주에 갔다. 아침에 커피를 사러 나간 남편이 혼란스러운 얼굴로 돌아왔다. “사람들이 전부 갈색 종이 가방을 들고 다녀. 뭐지?” 그걸 모르다니. “풍년제과 초코파이.” 남편은 약간 서운한 얼굴이 됐다. “우리도 살까?” 어이가 없었다. “단것 안 먹잖아.” 너도 나도, 안 먹잖아. 올해 군산에 갔다. 남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사람들이 전부 들고 다니네?” 우리도 들고 있었다, 노란색 종이 가방, 그 안엔 이성당의 단팥빵과 야채빵. 그렇다, 왠지 모르게 사고 말았다. 나, 이런 사람 아니었는데.

한국인의 국내 여행에서 지역 빵집은 필수 코스가 됐다. 갈 곳이 많기도 한데 금쪽 같은 시간을 쪼개 빵을 사려고 줄을 선다. 구례에 가면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빵집에서 토종 밀로 만든 빵을 사고, 목포에 가면 아주 오래된 빵집에서 새우 바게트를 산다. 예산에 가기 전엔 인터넷 후기를 뒤져 가게마다 다른 사과파이의 맛과 특징을 비교한 다음 전쟁터에 나선다. 대전에 가는 사람들은 각오를 다져야 한다. 바로 먹어야 맛있는 튀김소보로와 샌드위치, 냉동했다 먹어도 괜찮을 듯한 생크림 케이크와 몽블랑 등을 어떤 비율로 사면 좋을 것인가. 생각이 몹시 복잡해진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한때 지방에는 쇠락한 동네 빵집뿐이었고 특산품이라는 빵은 맛이 전부 비슷했다. 모양은 밤이고 벚꽃이고 복숭아인데 껍질 안에는 하나같이 팥소뿐. 이거, 그냥 팥빵이잖아. 꽃잎은 어디 갔어. 그러던 어느 날 완도에서 전복빵을 발견했다. 빵 안에 전복 한 개가 통째로! 진짜 이상한데 맛은 괜찮아! 그 후 불신을 버리고 무조건 빵을 사기 시작했다. 비빔밥으로 유명한 전주에선 비빔빵을, 짬뽕으로 유명한 강릉에선 짬뽕빵을, 대파로 유명한 진도에선 대파빵을.

이번엔 강릉에서 인절미크림빵을 잔뜩 샀다. 나는 인절미도 안 먹고 크림빵도 안 먹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음… 거기 아니면 못 먹으니까? 마침 줄이 없던 빵집을 그냥 지나치면 억울하니까? 어쨌든 좋아하지 않아도 맛은 있더라. 아, 한국 빵은 외국에서도 제법 유명하다고 한다, 특히 꽈배기가. 한국 꽈배기, 단것 안 먹는 사람이 먹어도 맛은 있다.

English Translation: cultureflipper.com/blog/got-bread-will-travel-en
Japanese Translation: cultureflipper.com/blog/got-bread-will-travel-ja
11.29.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