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다 드라마 보고, 공부하면서 드라마 보고?

Jardín Kim

Lead Korean Writer

인터넷에서 놀다 보면 자주 이런 질문이 올라온다. 재미있는 미드 추천해 주세요. 아니면 웃기는 미드 추천해 주세요. 아니면 시간 때우기 좋은, 액션이 볼만한, 진짜 야한, 뭐 이런저런 미드. 그중 수십 년간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 있으니, 영어 공부하기 좋은 미드 추천해 주세요. 공부하다가 쉬면서 보는 게 드라마 아니었나. 한국인은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나 보다.

Friends, NBC

옛날 사람들은 그랬다, CNN 뉴스 보면서 영어 공부를 하라고. 뉴스가 좋긴 하겠지. 발음도 분명하고 주제도 다양하고. 하지만 한국어로 뉴스를 들어도 모르는 단어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데, 그걸 영어로 덤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같은 단어를 실제로 쓸 일이 몇 번이나 있다고? 그래서 사람들은 너도나도 보기 시작했다. 영어 공부하기 참으로 좋은 미드, <프렌즈>를.


드라마를 보면서 영어 공부를 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다. 먼저 짧아야 한다. 인간의 집중력이 가면 얼마나 가겠는가. 시간 때우려고 보면 한 시간이 10분처럼 흐르지만 공부하려고 보면 10분도 한 시간 같으니까. 둘째, 재미있어야 한다. 한 번만 봐도 대사가 귀에 쏙쏙 박히면서 뇌리에 깊이 새겨져 입만 열어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면 참 좋겠지만, 바랄 걸 바라야지. 몇 번이고 되풀이해 볼 수밖에 없다. 셋째, 배우들의 발음이 분명해야 한다. 언젠가는 틀니 빼고 웅얼거리는 발음도 알아듣기를 기원한다. 넷째, 실생활에서 흔히 쓰는 대사가 많아야 한다. 공부는 써먹자고 하는 거다.


그래서인지 <프렌즈>가 떠난 자리를 이어받은 건 이런 시리즈들이다. <모던 패밀리> <빅뱅 이론> <길모어 걸스> <가십걸> 등등. 물론 현대극이어야 한다. 직구한 시대극 DVD를 보다가 내가 모르지만 매우 중요해 보이는 단어를 찾아봤더니, ‘고자’였다. 아, 네가 고자였구나. 내겐 대륙간탄도미사일만큼이나 쓸 데가 없는 단어구나. 설마 내가 고자를 만날 일은 없겠지. 만나더라도 차마 아는 척 말로 하진 않겠지.


어머니들은 영어 공부 시키기 좋은 애니를 찾는다. 이 분야 부동의 1위는 아마도 <페파 피그>인 듯. 다른 나라 어린이들은 착한 일을 하면 상으로 <페파 피그> 보여준다던데, 한국의 어린이들은 착한 일을, 다시 말해 공부를 하려고 <페파 피그>를 본다. 안타깝네. 어쨌든 영어 공부에 좋은 콘텐츠로 소문이 나면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OTT 조회 수가 매우 올라간다. 어학은 반복이다.


English Translation: cultureflipper.com/blog/work-or-play-oh-the-drama-en
Japanese Translation: cultureflipper.com/blog/work-or-play-oh-the-drama-ja

12.06.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