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이면 수프를 끓이지

Jardín Kim

Lead Korean Writer

냄비에 버터를 두르고 고기와 양파를 볶다가 물을 넉넉히 붓는다. 여기에 치킨 스톡 한 알, 토마토퓌레와 토마토, 당근, 양배추, 셀러리 등을 넣고 끓인다. 냉장고에 있는 야채는 무엇이든 넣어도 상관없다. 야채가 익으면 카레 가루로 간을 맞춘다. 보기에 심히 좋지 않고 그다지 맛도 없는 이 음식은 무엇인가. 요즘 내가 사는 도시 맘카페 회원들이 너도나도 끓여대고 있는 ‘마녀 수프’다. 풀어서 말하자면, 다이어트 야채수프다. 마녀 수프에 제철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1월이 되자마자 하루에도 몇 번씩 마녀 수프를 끓였다는 게시물이 올라오는 걸까. 새해이기 때문이다. 1월, 온갖 부질없는 계획을 세우는 시절, 2월이 되면 한갓 몽상으로 밝혀질 그 목록에 빠지지 않는 것은 다이어트. 1월이 되면 피트니스 클럽은 할인 프로그램을 내놓고, 한의원은 다이어트 한약을 할인 판매하고, 닭가슴살 같은 다이어트 식품 판매 업체는 할인 패키지를 홍보한다. (그래서 나도 샀다, 냉동 닭가슴살 두 박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고, 뭐든 열심히 하기로 유명한 나라 한국에선 다이어트도 이렇게 열심히 한다. 2021년 기준 OECD 국가 중에서 한국 15세 이상 인구의 과체중 및 비만 비율은 뒤에서 두 번째다. 영광의 꼴찌는 일본이 차지했다. 사실 1월만 다이어트의 계절인 것은 아니다. 경주는 지난 연말 이미 시작됐다. 온갖 연말 모임에서 오래간만에 사람들 만날 걱정에 휩싸인 …
01.10.2024

Bewitching soup for January

Jardín Kim

Lead Korean Writer

First, butter the pan and stir fry some meat and onions before adding plenty of water. Throw in a chicken bouillon cube, tomato chunks, tomato puree, carrots, cabbage, and celery and bring to a boil. Feel free to grab any vegetable from the fridge and throw it in. When the vegetables are cooked …
01.10.2024

만화 볼까, 카페 갈까?

Jardín Kim

Lead Korean Writer

한국에는 방이 많다. PC방, 노래방, 빨래방, 찜질방, 보드게임방…. 수많은 놀이 시설과 편의 시설을 한국인은 ‘방’이라고 부른다. (전화방 같은 퇴폐 시설도 있기는 하다. 불특정 여성들과 전화를 연결해 부끄러운 대화를 나누는 시설이다.) 그 대부분은 내가 성인이 되고 나서야 접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들락거리던 방이 하나 있다. 만화방,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시간이 남아돌던 어린아이와 백수들의 천국. 만화책 수천 권에 둘러싸여 과자를 먹으며 노닥거리던 게으른 자들의 낙원. 지금은 많은 이에게 잊힌 추억의 이름이다. 그렇다면 만화방은 사라진 것인가. 이제는 출판 만화보다 웹툰이 인기 있고, 만화책을 보더라도 인터넷으로 보니까? 그렇지 않다. 만화방은 만화만 보는 곳이 아니었다. 신간을 점검하고, 앞에 앉은 동행과 감상을 교환하고,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 첫차 시간을 기다리며 라면으로 숙취를 달래던 다목적 공간이기도 했다. 만화방은 사라지지 않았다. 만화 ‘카페’가 되었을 뿐. 2014년 홍대 앞에 만화 카페라고 부를 만한 곳이 처음으로 생겼다. 당시 백수였던 나는 역시 백수인 친구의 손을 잡고 그곳에 놀러 갔다. 담배 연기에 찌든 비닐 소파가 지겨워지던 참이었다. 거기 가면 카페처럼 예쁜 소파와 쿠션 위에 널브러져서 카페에 온 것처럼 아이스 아메리카노 따위의 음료를 마시며 쾌적하게 만화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직접 가보니, 과연 그러했다. 그곳에서 김치볶음밥과 …
01.03.2024

A bang-up place to lounge

Jardín Kim

Lead Korean Writer

Korea has a lot of bangs . PC bangs (cybercafes), noraebangs (singing rooms), laundry bangs , jjimjilbangs (bath houses), and board game bangs , to name a few. Many places of amusement and convenience are called “ bangs ” (rooms) in Korea. (There are even a few naughty places like the telephone ban …
01.03.2024

漫画読む? カフェ行く?

Jardín Kim

Lead Korean Writer

01.02.2024

잠 카렛: 인도네시아의 '고무 시간'

Audrey Hadi

Project and Community Manager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나간 1년을 돌아보고 다가올 1년을 계획하기에 좋은 시기입니다. 하지만 이런 성찰과 계획에 필수적인 시간이라는 개념은 문화에 따라 다르지요. 몇 주 전, 저와 친구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시간을 인식하는 방식에 관해 긴 대화를 나눴습니다. 대화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 카렛’이라는 개념이 나왔답니다. ‘잠 카렛’은 ‘고무 시간’이라고 직역되는 인도네시아 단어입니다. 고무처럼 유연하고 탄력적인 인도네시아인의 시간 개념을 보여주지요. 5시에 누군가와 만날 약속을 잡았다고 칩시다. 몇몇 문화권에서는 당연히 시간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4시 50분쯤 약속 장소에 도착해 5시 정각에 상대를 만날 겁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선 다릅니다. 5시에서 5시 30분 사이에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비즈니스 미팅이나 콘퍼런스, 학술회의 등을 비롯한 전문적인 행사에선 문화적인 맥락과 기대치가 매우 다르므로, 이런 변수에 좀 더 엄격한 분위기이긴 합니다. ‘잠 카렛’은 유연성뿐만 아니라 불확실성도 담고 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교통 체증을 만나면 약속 시간은 몇 분에서 몇 시간까지 달라지게 되니까요. 홍수처럼 예상 밖의 중대한 사건이 일어나면 계획은 며칠 단위로 매우 유연하게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인들이 ‘끄마린(어제)’이라는 단어를 쓰면 전날의 일을 말하는 걸 수도, 과거 불특정 시점을 말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베속(내일)’이라는 단어는 다음 날이 될 수도 …
01.01.2024

ジャム・カレット:インドネシアの時間の概念

Audrey Hadi

Project and Community Manager

新年は、過去を振り返り、未来の計画を立てるのに絶好の時期だ。しかし、それらを考えるのに必要な「時間」の概念は、文化によってかなり異なる。数週間前、友人とインドネシア人の時間の捉え方について長々と語り合ったが、「ジャム・カレット」の話になるまで、そう時間はかからなかった。 「ゴムの時間」と訳されるインドネシア語の「ジャム・カレット」は、柔軟性と弾力性に富んだ時間の感覚を、見事に表している。インドネシアでは、午後5時に会う約束をしたからといって、必ずしも5時ちょうどに会えるわけではない。おそらく、5時から5時30分のどこかで会うことになるだろう。時間厳守が期待され、5時の待ち合わせのためには4時50分に到着していなければならない文化圏とは、少し異なる。とはいえ、仕事の打ち合わせや行事となると話は別で、気まぐれな時間感覚にはあまり寛容ではないので、注意が必要だ。 「ジャム・カレット」は、時間の柔軟性だけで …
01.01.2024

Jam Karet: An Indonesian concept of time

Audrey Hadi

Project and Community Manager

New Year is often a great time to reflect back and plan ahead. But the concept of time required for this kind of reflection varies in different cultures. A few weeks ago, a friend and I had a lengthy conversation about how we Indonesians perceive time. It wasn’t long until the concept of “jam kar …
01.01.2024

It's 2567, Happy New Year! Yes, you read that right.

Pitcha Sillapasuwan

Southeast Asia Regional Lead and Content Marketing Manager

In Thailand, the year 2024 marks the year 2567 according to the Buddhist Era calendar system. While most countries follow the Gregorian calendar, many countries have secondary calendars for religious occasions. For instance, the Chinese New Year follows the Chinese lunisolar calendar, and the Hajj …
12.31.2023

손이 꽁꽁꽁, 발이 꽁꽁꽁!

Jardín Kim

Lead Korean Writer

한국은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나라다. 그래서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고 배웠는데… 어린이들을 농락하는 거짓이고 기만이었지. 1년 내내 그 계절이 그 계절 같은 나라에서 살고 싶다. 수도권 기준 한국의 한여름 기온은 섭씨 30도가 넘고 한겨울 기온은 영하 10도 아래다. 연교차가 어마어마하다. 그리하여 여름이면 폭염 대책을 고민하고 겨울이면 한파 대책에 골몰한다. 철통같은 삼중 새시에 보일러를 29도쯤으로 맞춰두고 살면 걱정이 없겠지만, 나는 대한민국의 일개 서민. 삭풍이 불면 창문이 흔들리는 나의 작은 집. 게다가 전기와 가스 요금도 무섭도록 오르고 있으니 생활의 지혜를 발휘할 때다. 11월이 되면 일단 전기장판을 꺼낸다. 따뜻한 침대에 몸을 묻고 차가운 코끝을 어루만지며 건강 상식을 떠올린다. 발은 따뜻하게, 머리는 차갑게, 그러고 살면 건강에 좋다더라.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이성으로 다가오는 겨울을 맞이해야지. 그다음엔 내복을 꺼낸다. 24시간 침대에서만 보낼 수는 없으니까 (그럴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내복을 껴입으면 보일러를 틀지 않고 웬만큼 버틸 수 있다. 내복을 입으면 체온이 3도에서 6도 정도 올라간다고 한다. 하지만 12월로 넘어가 진정한 겨울로 접어들면 도리가 없다. 실내 기온을 높여야 한다. 뽁뽁이와 문풍지가 등장할 차례다. 뽁뽁이, 점잖은 말로 에어캡을 창문에 붙이면 실내 온도가 2~3도 높아진다. 요즘은 단열 전용 뽁뽁이도 나와 있다. 예 …
12.27.2023